벽 같은 등을 바라보며 그 등짝 위에다 글을 썼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을 잊지 마세요. 글씨는 등을 파고들어 그의 가슴을 찢어놓는다는걸 나이가 들고서야 알았다. 나이가 들게 만든 그가 미워 그렇게 찢어지라고 두었다. 내가 보고 있을 것은 어차피 등이라 당신의 흐느낌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등을 돌린 당신의 등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죄가 된다는 것을 아는 날이 온다. 나는 어른이 되기로 했으니까 마주 등을 대고 서야지. 지구에서 가장 먼거리에 서는 관계가 되자. 내 시선이 지구 한바퀴를 돌아 당신을 만질때 그것은 이미 누구도 알아볼수 없는 형태의 것이 되어 그저 구름으로, 바람으로, 빗방울로 당신을 만지리라. 그렇게 지구 몇바퀴를 돌다보면 이미 지쳐 사랑은 사랑 아닌것이 되리라.
등에도 표정이 있다는것을 알았다. 등에도 마음이 있다는 걸 알았다. 내 등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기를, 내 등에는 아무런 마음도 없기를, 마주 보고 선 우리의 등짝들이 얼굴처럼, 서로 바라보며 울지 않기를. 당신이 말했듯이 나는 한번도 사랑한다고 한적이 없다. 그리고 내 등도 그렇게 말하리라. 잘가라 그냥 하나의 등짝에 불과한 나쁜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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